'내이름은 빨강'의 쉬린을 훔쳐보는 휘스레브'



오르한 파묵의 '내이름은 빨강'(My name is red)는
유럽의 르네상스 화풍이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세밀화가들에게 들어오기 시작한 16세기 무렵으로
독자들을 안내합니다.



오스만 제국 세밀화가들의 화풍은
색의 순수와 원형의 아름다움을 초점으로, 그려지는  '신'의 시점에서의 동양적 화풍이라면,
유럽의 화풍은 인간이 보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초점으로 그려지는 '인간'중심의 화풍이였고

세밀화가들은
겉으로는 종교적인 이유(이슬람교 우상숭배)로 유럽화풍을 부정하면서도,
호기심, 예술에 대한 열망, 장인 정신에 고뇌하면서 급기야는 살인 사건까지 발생합니다.

주인공 카라는 여인 세큐레의 사랑을 얻기 위해 여인의 아버지를 살해한 세밀화가를 밝혀내야만 합니다...




'내이름은 빨강'은 살인 사건의 추리극 형태를 띄고, 러브스토리를 양념으로 첨가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세밀화가들의 정체성에 갈등을 이야기한 소설입니다.
추리와 러브스토리 또한 화풍에 관한 이야기로 진행되구요.
(단순히 생생한 묘사를 넘어서 그림이 직접 이야기를 합니다. 대단한 필력.. --)b

그림에 인생을 건 세밀화가 살인자는
화풍의 정체성을 얻기 위해, 자신을 비방한 친구 엘레강스와 스승과 같은 에니시테를 죽이기도 하고
화원장 오스만은 자신의 화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눈을 찔러 장님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밀화가들이 신념을 걸고 대립한
유럽화풍과 동양화풍의 대립은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이 모두 어디에 속하지 못하고 결말을 맺습니다...

어쩜, 유럽과 아시아 중간에 껴있는
지정학적인 터키의 상황을 이야기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정체성에 고뇌하는 세밀화가들의 이야기는 깊히 와닿는 군요.

제 정체성은 뭘까요? (개발자 흉내내는 허접한 개발자? --;;)

내이름은 빨강'의 '술탄 무하트 3세'와 화원장 '오스만'은 실존인물입니다.
고로 소설에서 간접적으로 등장하는 그림과 이야기들도 실존하는 것들이죠.

참소설을 잘 쓸려면, 참~ 많은걸 공부해야 되는것 같습니다.

아래가 소설에서 자주 등장한
'목욕하는 쉬린을 훔쳐보는 휘스레브'의 그림입니다.
(정말 쉬린은 중국인처럼 보이는군요. 소설에 중요한 단서가 된 찢어진 말의 콧구멍도 눈여겨 보시길~)

Prince Khusro sees Queen Shirin Bathing, by Sultan Muhammad to Nizam's romance (Khamseh of Nizami), Tibriz, 1539

좀 짜부되 보이면 클릭해서 보면 커져요.

아래의 왕과 고행자.. 에.. 소설 어디쯤 나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나왔었나? ;;)
동시대 세밀화입니다.

King and Hermit, Mirza Ali, Jami’s (Subbahat Al Abrar - The Rosary of the Saints), Mashad, 1556

보면 알겠지만, 동양화랑 매우 유사한 느낌이 있습니다.
소설속의 세밀화가들도 페르시아 거장들의 화풍을 되풀이 했다니,
종교적 신념을 제한다면 그들만의 화풍이란 고유한건 아니였어요. (소설에서도 나오듯이)

에.. 하지만, 색상은 참 곱내요.

아래는 술탄들이 살았던 이스탄불-톱카프 궁전입니다.




실크로드의 종착점, 동서양의 교착점, 형제의 나라?
터키를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군요.

아.. 이제 중국여행은 지겹습니다.

by 중원 | 2007/03/07 01:01 | 이런저런.. | 트랙백(3)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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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ygo at 2007/03/07 01:15
우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같은 분위기의 소설 같은데요!!
재미있을 듯 합니다~
Commented by doomster at 2007/03/07 04:12
나도 델고가삼
Commented by wolfpi at 2007/03/07 09:47
cygo // 소개팅한 여자애한테 선물 받은건데.. 내용이 지루하지 않으면서 재밌습니다. 강추

doomster // 그러고 보니, 난 중국 사천짜장은 못먹어봤군. -_-;;
Commented by 윌리엄 at 2007/03/07 10:31
맨 위의 그림(말타고 활쏘는)이 고구려 벽화랑 너무 똑같이 느껴지는건 저 뿐만일까요?
아차, 엊그제 무조건 링크해 놓고 이제서야 신고합니다~
Commented by 다크초콜릿 at 2007/03/07 22:50
토프카프 궁을 보니 그리워지는군요. 벌써 갔다온지 1년이 됐군요... 그립습니다, 정말...
Commented by wolfpi at 2007/03/08 09:33
윌리엄 // 반갑습니다. ^^

다크초콜릿 // 아.. 저두 가보고 싶습니다. ㅜㅜ
Commented at 2007/09/28 14:2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중원 at 2007/10/04 20:04
HS//네에~
Commented by 베레몽 at 2008/10/09 16:11
내이름을 빨강 읽다가, 그림이 너무 궁금해서 찾아보다가 들렀습니다.
휘스레브와 쉬린 정말 궁금했는데.... 이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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